보도 만다라
BODO-Mandala
현재의 완결성과 상반되는 맺어지지 않음, 그리고 그곳을 지나는 나의 순간이 만나 어떠한 인상이 맺히는 거리들로부터 작업은 시작되었다.
나는 매일 수없이 지나다니는 신발 밑창 아래의 풍경에서 만다라를 본다. 도로 위의 끈질기게 이어지는 생의 순환, 사람이 만든 경계와 규칙의 방식, 그 속에서 일방적으로 사용하고 사용되어지는 현장. 사람에 의해 제작된 거대한 대지 위의 만다라. 도로에 내려앉아 있는 모든 것들로 인해 도로는 내게 도량道場이 되었으며, 현실에서 목격한 만다라를 표현하는 작업이 나에게는 수법의 행위가 되었다.
도시의 삶이 자연스럽게 조성해 놓은 도로의 모습들에서 시작된 작품은 세밀한 재현과 일부의 소거를 선택적으로 반복하며 이어졌고, 내 신체로 체감한 도심 속의 공간을 조합하는 과정은 복잡하고 혼란하며 파편적인 기억들은 조각 맞추기 하듯이 진행되었다. 한 순간을 존재하며 제행무상을 실천하는 모래그림이 아닌, 언제까지고 공고히 존재할 듯한 이 길바닥의 도안들처럼 나의 작업은 건축재료들로 제작되어왔다. 도로를 유지하고 관리하기 좋을 정도의 견고함과 함께 현실의 장소에 근간하여 최소한의 생략과 변형으로 조합되어 평소에 그 풍경 속에 있어 보기 어려웠던 도식적 풍경을 부감하듯 들어 보여주고자 하였다. 또한 한 도시의 풍경은 그곳 사람들의 사고와 방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만큼, 각 도시의 바닥은 그 지역만의 색으로 물들어있다. 내가 작품화하는 이 도로들의 지금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색이 담긴 기록이길 바랐다.
이 페이지는 수련의 과정처럼 오랜 시간을 들여 하나하나 작업하며 길의 형태와 의미를 되짚어간 결과물로써 남은 작품들의 모음이다. 우리의 삶과 생활이 온통 묻어있는 터전이 어떤 것을 추구하기에 도시의 아래 풍경이 이러한 형태를 갖는가하는 의문을 가지고 눈에 보이는 겉으로부터 좇아나갔던 흔적이다. 내가 걸어온 길들, 즉 보도에 만다라를 합성하여 나는 이 시리즈를 보도-만다라라고 불러왔다.